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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북스] CODE - 2nd Edition / 찰스 펫졸드(Charles Petzold)

 사실 30대가 되고 나서, 제대로 된 독서를 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던 차에, 운 좋게 ‘파이브북스’라는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첫 책으로 만나게 된 것이 찰스 펫졸드의 『Code』였다.

 

 "Code."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신호 체계? 아스키코드? 유니코드? 내가 아는 코드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동시에, 처음 제대로 읽어보는 IT 관련 서적이라는 점에서 묘한 설렘이 일었다. 그런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겼는데, 뜻밖에도 첫 장에서 등장한 것은 모스 부호였다. “이게 디지털과 무슨 상관이 있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책은 차근차근 내용을 연결해주었고, 챕터가 거듭될수록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펫졸드는 전신 신호에서 릴레이 회로, 전구, 스위치와 전선으로 구성된 아날로그 세계를 천천히 디지털로 이끌어 간다. 그 과정은 마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는 듯한 기분이었다. 회로도 설명을 보며, 문득 어린 시절 건전지의 +극과 -극을 전구에 연결해 불을 켰던 실험이 떠올랐다. 단순히 연결하면 불이 들어오던 그 기억이 디지털 회로의 원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되다니.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배움과 연결되는 순간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지난 학기엔 ‘동그라미에 세모는 NOT’, ‘이건 AND, 저건 OR’ 식으로 단순히 모양만 외웠던 논리회로 개념이, 책 속의 전선, 인버터, 접지 등의 그림과 함께 설명되자 갑자기 맥락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디지털 논리회로 수업에서는 ‘릴레이’라는 물리적 매개체는 다뤄지지 않는다. 그저 기호와 진리표, 부울대수로 추상화된 형태의 논리 회로만 배웠던 것 같다. 그런데 『Code』를 통해 전선과 릴레이, 인버터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논리를 따라가다 보니, 추상적인 수업 내용이 훨씬 쉽게 이해되었다. 수업에서도 다뤘던 2진수, 8진수, 16진수로 확장되는 진수 개념들과 3-8 디코더(그리고 8-3 인코더)를 만나니, 이 책을 먼저 읽고 수업을 들었다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나는 지금 비트, 바이트, 진수법의 개념을 넘어 바코드와 QR코드를 지나, 아스키코드와 유니코드의 챕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나온 챕터보다 앞으로 마주할 내용이 더 많지만, 이 모든 흐름이 내 지식의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리고 다소 뜬금없지만, 지난 학기 내내 지겹도록 마주했던 단어들 — 디지털, 이산 데이터, 부울대수, 0과 1 — 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생각난 가사가 있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데뷔곡에는 “언젠가부터 우린 스마트한 감옥에 자발적으로 갇혀, 0과 1로 만든 디지털에 내 인격을 맡겨”라는 구절이 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가사를 썼는지 궁금하면서도, 디지털 세계를 꽤 정확하게 표현한 통찰인 것 같기도 해, 어이없으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이다.